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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영의 금요칼럼]국회무용론(132) 자신의 생각과 판단이 바로 집단지성, 국민주권을 대변한다고 믿는 대통령 이재명의 염치없는 독선

최자영 | 입력 : 2026/03/17 [08:36]

지역 연합도 괜찮은 방법이지만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이재명의 독선
반대로 수평적 ‘연합’이 수직적 ‘통합’보다 더 바람직한 것
‘당⸱정⸱청’ 이데올로기는 3권분립의 경계를 허무는 것
국회는 입법하고, 행정부는 그 법을 집행하는 곳
행정부가 입법부의 입법에 개입하는 것은 위헌

대통령 이재명이 충북 청주 오스코 타운홀에서 시민들과의 모임(미팅)을 가졌다.(3.13.) “집단지성의 힘으로 변화를 만들어 갑니다”라는 주제의 이 모임은 지역 간 행정통합을 종용하려는 목적을 가진 것이다.

여기서 “수도권 중심의 구조를 넘어 5대 권역이 함께 성장하는 균형발전 체제 추진”, “균형발전은 지역 지원 정책을 넘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생존 전략'”, “도시와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초광역 협력과 행정⸱산업 간 연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과제”, “충북 역시 대전, 충남, 세종과 함께 경쟁력 있는 경제⸱행정권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 “‘우리 지역만의 발전’이 아닌,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위해 더욱 치열히 고민하자” 등의 전망이 제시되었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은, 이런 목적은 “지역 연합도 괜찮은 방법이긴 한데, 연합을 넘어서서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저는 하고 있다”, “충북은 자신의 처가가 있는 곳이므로, 이곳을 찾을 때마다 남다른 정을 느낀다”, “팔이 살짝 안으로 굽는 경향이 없지 않죠” 등 취지의 발언도 했다.(한겨레, 2026.3.13.)

여기서, 이재명은 균형발전과 생존 전략이 통합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지역 간 연합을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그는 연합이 아니라 통합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통합을 종용한 것이다.

이미 작년 12.5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에서 열린 타운홀 모임(미팅)에서 이재명은 지역 간 연합 아닌 통합의 기치를 들어올렸다. 그는 5극3특의 추진을 빌미로, 당장에 2월에 입법하고,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을 뽑자고 제안했다. 지역 주민이나 공직자들이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이, 그의 이런 통합의 제안은 급작스러운 것이었다. 왜 통합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다소간 논의의 시간이나 공간은 주어지지 않았다.(한겨레21, 2026.1.16.) 단 하나의 논리,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을 뽑아야 하니, 조속히 추진하자는 것이었다.

왜 연합이 아니고 통합인가? 통합 일변도의 방향 제시에 관련하여, 충북에서도 이재명은 아무런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냥 “연합을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자신의 생각”이라고만 하기 때문이다. 그 근거의 제시, 설득, 설명의 과정 등의 필요성 자체를 그는 생략했다.

주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제안, 종용하는 것은 독선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일방적 제안을 위해 마련된 충북 시민과의 모임이, “집단지성의 힘으로 변화를 만들어 갑니다”라는 구호로 포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방적 제안, 막무가내 통합의 종용이 바로 ‘집단지성’이라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주민투표, 의견수렴, 설득의 과정 없이 그냥 자기 생각을 밀어붙이면서, 그것을 ‘집단지성’과 동일시하는 것은 자기중심적 ‘인지부조화’이다. 자기 생각이 곧 ‘집단지성’과 동일한 것이라 여기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연합’으로도 가능하지만, ‘통합’이 더 바람직하다고 보는 자신의 생각을 소개하면서, 마치 그것이 ‘집단지성’인 것처럼 윤색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명의 희망과 달리, 행정통합 추진은 집단지성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거스르는 것일 수가 있다. 행정통합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이 그 산 증거이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광역 경제단위 구성은 행정통합이 아니라 지역 간 연합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헌재 시⸱도간 행정통합법이 국회를 통과한 광주⸱전남의 경우, 제시된 구체적 정책의 전망은 하나같이 지역 간 연합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는 것들이다. 반드시 통합을 해야만 5국3특의 광역 경제단위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경제단위와 행정구역은 반드시 일치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유럽 경제공동체(EEC),그 뒤를 이른 유럽연합(EU)이 그런 사실을 증명한다.

이재명은 연합도 가능하지만 통합이 더 바람직한 것이라 보았으나, 사실은 그 반대이다. 연합은 구성원 간 수평적 관계를 전제로 한 것이나, 퉁합은 다소간 수직적 명령체계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명령체계는 관료주의의 폐해를 가중시킨다. 그 관료주의는 지역 간 협조와 연대에 의한 활력을 고갈시킨다.

이런 폐단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교정할 수가 없다. 이재명 자신이 잘 알고 있듯이, 인간의 팔은 다소간 안으로 굽기 마련이다. 충북에 처가가 있어서 남다른 애착이 간다고 한 것이 그러하다. 그래서 그 애착들은 서로 평등한 관계에서 상쇄되게 되는 것이다. 수직적 통합 아닌 수평적 연합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재명이, 자기 생각을 집단지성으로 포장했듯이, 주민투표 없는 행정통합을 밀어붙이면서 국민주권을 표방한다. 행정통합에 반대하는 이들을 작은, 사사로운 욕심에 급급한 이들로 치부하고, 대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재명의 현 정부 혹은 다수 민주당이 주민투표를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했던 것이 그러하다. 의회의 동의만 있으면 행정통합을 밀어붙일 수 있다고 보았고, 또 광주⸱전남의 경우에는 의회조차 후순위로 밀렸다. 국회에서 먼저 입법 통과되고, 후에 광주⸱전남 시⸱도 의회의 추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라면, 말로만 국민주권을 표방하는 이재명은, 실제로는 국민을 배제함으로써, 국민이 원하는 국민발안권은 넣지 않고,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제1호로 명기된 대통령 4년 중임제만 개헌에 붙일 것 같다. 이재명이 말하는 집단지성과 국민주권이란, 주민이나 국민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이 생각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헌의 내용을 자의적으로 구성한 다음, 의회를 추동하여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급기야 이재명 정부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경계를 없애버렸다. 국회 소관의 입법을 총리 산하 TF(특수임무단)로 끌어당긴 것이 그러하다. 그 과정에서 국회 법사위 의원들은 가만히 앉아서 고유의 직무를 침해당했다. 대통령 이재명은 대놓고 정부안, 혹은 국회안을 따르라고 교통정리하고 있는 중이다. 대통령의 생각이 집단지성, 국민주권을 대변하는 것으로 둔갑하고, 나아가 행정부가 국회의 입법 기능까지 침탈하는 일이 백주대낮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월권의 행정부보다 더 한심한 것은 국회와 국민 민중이다. 행정부에 의해 입법권을 침탈당하면서도, 국회는 여전히 ‘당⸱정⸱청’ 이데올로기를 미덕인 양 복창하고 있다. 정부와 청와대의 뜻을 잘 받들어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것이다. 구멍가게 수준의 한국 정치에서, 서로 견제해야 할 입법과 행정이 서로 범벅이 되어, 권력분립의 원칙이 뭉개져 내려앉았다.

행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할 수 없다. 이는 권력분립의 원칙에 의한 것으로, 국민이 입법부와 행정부 수장을 따로 선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흔히 공산당 독재라 일컫는 북한에서도 수령은 노동당 비서이고, 노동당 의회는 수령 위에 입지한다. 이론상 그러하다.

그런데 명색이 민주국가라는 한국에서는 목하 이재명 정부가 국회의 입법에 개입하고 그 권한을 다소간 침탈했다. 그래서, 한편으로, 대통령이 수령같이 입법부를 좌지우지하고, 다른 한편으로, 국회는 고유의 기능을 침탈당하고도 묵인하고 이의 제기하지 않음으로써 직무유기 했다.

국회는 입법하고, 행정부는 그 법을 집행하는 곳이다. 입법부 아닌 행정부가 입법하거나, 입법부에 대해 콩 놔라, 팥 놔라 개입할 수 없다. 대통령 지지도가 높다고 해서 대통령 및 행정부가 국회 위에 마구잡이 군림하는 것은 위헌으로 탄핵 소추되어야 한다.

시민 민중도 가관이다.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님, 제발 정부안을 거두게 해달라, 국회안으로 하게 해달라”고 읍소하기 때문이다. 입법에 행정부 수반 대통령이 개입해서는 안 되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하는 국민은 3류이다. 국회가 왜 존재하는지, 국회의원을 왜 뽑는지, 그 이유를 국민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행정부, 입법부, 명색이 주권자라는 국민 등 3자가 다 같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 수준의 국민에 그런 수준의 위정자들이다. 학생의 수준에 따라 선생의 수준이 달라지듯, 국민도 스스로의 수준에 맞는 정치가를 둔다는 말이 딱히 틀린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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