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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영의 금요칼럼]국회무용론(123) ‘통합’ 아닌 ‘유럽연합(EU)’ 초광역 경제단위, ‘통합’ 담론에 얼쩡거리는 독재의 잔재

최자영 | 입력 : 2026/01/31 [20:35]

퉁치고 은폐하고 싶은 연합(민주 자치에 기초)과 통합(관료적 권력 구조)의 차이
연합(지자체)과 통합(관료행정)은 주도하는 행위 주체가 다르다
부⸱울⸱경 메가시티의 시작은 통합 아닌 지자체 간 연합

5극3특 초광역 경제구역 관련하여 ‘통합’ 담론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 5극3특이란, 초광역 경제구역의 미명하에 달성될 시-도 간 통합일 뿐 아니라, 그 산하 하부 행적구역까지에 부지불식간에 압력을 가하게 될 통합이다.

초광역 경제구역의 한 사례인 유럽연합(Uropean Union)은 ‘통합’이 아니라 ‘연합(Union)’이다. 연합이란 구성원들 간의 자치, 자율을 전제로 한 것이고, 통합은 집권과 획일적 명령체계를 전제로 한 것이다.

유럽연합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초광역 경제구역은 통합을 전제로 해서만이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둘째, 경제구역과 행정구역은 반드시 일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럽연합 구성원은 자치권을 가지고, 필요한 영역에서 최소한 협조한다.

이것은 획일적 행정권력의 통합이 아니다. 연합의 구성원은 가입과 탈퇴를 자의적으로 결정한다. 그래서 유럽연합의 일원이었던 영국은 중도에 탈퇴했다. 이른바, ‘브렉시트’, 곧 '브리타니아[영국]의 탈퇴'이다. 그리스는 탈퇴(그렉시트)를 고민하다가 잔류했다. 이렇듯, 회원국이 주도, 자치권을 가지고 있으니, 항상 유럽연합은 관료적 기구가 아니라, 구성원의 의사를 존중하는 민주적 권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수틀리면 탈퇴하면 되는 것이다. 거기서는 지배, 명령의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현재 이재명 정부에서는 5극3특 초광역 경제구역 추진을 지방 행정단체장의 통합과 연계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양자는 필연적으로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행정단체장 통합이라는 권력 구조의 변화 없이, 초광역 경제구역은 추진할 수 있다.

통합이란 확일적 명령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므로 비민주적 권력 구조에 입각한다. 초광역 경제구역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좋으니, 행정단위를 통합해야 한다는 것은 현 정부의 억지이다. 유럽연합에서 볼 수 있듯이, 경제 협력과 행정권력의 통합은 완전히 성격을 달리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초광역 경제구역을 추진하기 위해 유럽을 ‘통합’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과거 로마제국 같은 ‘제국’의 탄생을 뜻한다. 그러면 유럽의 각국은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 불문가지로 명확하다.

연합 아닌 통합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는 20조 원에 달하는 재정보조를 한다, 다소간 중앙의 권력을 초광역 행정단위로 위임하겠다는 등의 당근을 제시했다. 그러나 재정보조와 권력 위임도 행정구역 통합과 전혀 무관하게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시-도 행정통합을 하는 곳에만 이 같은 혜택을 주겠다고 하는 것이 위헌이다. 지역 간 균형발전을 해치고, 중앙 정부에서 자의적으로 지역을 차별하기 때문이다.

결국 현 이재명 정부에서는 위헌적, 자의적 불평등 혜택을 제시하면서, 행정단체 간 통합을 유도하고 있다. 이 같은 류의 통합 추진은 사실 이전 윤석열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했던 것으로서, 이재명 정부가 처음 시작한 것이 아니다. 후자가 전자의 전철을 밟고 있고, 현재 국힘당도 행정단위 통합에 음으로 양으로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한국에서 추진되는 ‘통합’ 담론은 ‘연합’의 개념을 애써 지우려 하고 있다. 입으로 ‘주민자치’를 떠들면서, 실제로 추진하는 것은 자치에 반대되는 통합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이재명이 입으로 국민주권을 떠들면서, 실제로 국민주권을 배반하는 것이 이번 시-도 통합 추진의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른바 ‘여론조사’라는 것을 업고 일방적 행정을 강제하는 것이 그러하다. 여론조사는 주민투표를 피하는 하나의 장치이다. 행정편의적인 강제가, 원하는 대로 조작가능한 여론조사를 빌미로 자행되는 것이다. 한 예로, 이번 정부에서 원전을 추진하겠다고 전격 발표한 데 대하여, 엉터리 여론조작, 형식적인 공론화를 앞세운 것이었다는 비난이 쇄도한 것이 그러하다.

행정단위 통합은 주민의 뜻에 따라야 하는 것이고, 여론조사가 아닌 주민투표가 필수적이다. 그것은 통합 여부를 결정하는 데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 통합에 부작용이 생기면, 다시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주민투표이기 때문이다.

주민투표 없이 국회 발의 입법에 의거한 통합은 후퇴의 길도 막아버린다. 여론조사에 팔린 주민은 울며 겨자 먹기로 행정편의의 관료주의 채제에 수동적으로 귀속된다. 마⸱창⸱진(마산, 창원, 진주) 행정통합이 속 빈 강정, 껍데기에 불과한 것으로 형해화한 상황에서도 주민이 자발적으로 그 통합을 해체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이것이 이름뿐인 주민자치, 국민주권의 현실이고, 그 전례를 지금 초광역 경제구역 추진이라는 미명하게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의 통합 담론은 애써 연합의 개념을 지우려 하고 있다. 한 예로, 5극3특 초광역 경제구 통합이 이미 ‘부⸱울⸱경 메가시티(거대도시)’에서 시작된 것이었다고 회자하는 것이 그러하다. 그러나 ‘부⸱울⸱경 메가시티’의 시작은 통합이 아니라 연합이었다. 당시 김경수 지사가 주도하여 추진했던 메가시티는 부산, 울산, 경남이 행정통합 없이 초광역 연대의 경제적 효과를 달성하고자 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입법 단계를 지나 시행을 눈앞에 두고, ‘메가시티’는 파기되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통합’을 들고 나온 경남도지사 박완수(국힘당) 때문이었다. 박완수는 민주적 합의체로서의 ‘연합’에 반대하고, 획일적 결정체로서의 행정 단일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 바람에 ‘메가시티’의 구상이 물거품이 되었다. 문제는 통합과 연합 간 충돌, 획일적 명령체계의 구축과 민주적 자치 연대 간의 충돌에 있었다.

전 정부에서 윤석열이 입만 떼면 통합을 주창하더니, 이번 이재명 정부에서도 통합 일색이다. 통합은 획일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통합과 연합은 행위의 주체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통합의 주체는 행위 당사자가 아니라 외부의 명령자를 전제로 하고 있다. 행위 당사자가 통합하고 싶을 때는 자치, 연합과 협력을 통해서 추진할 수 있다. 행위 당사자의 연합과 협력 없는 통합은 외부의 명령에 의한 것으로서, 이것은 민주, 자치가 아니라 관료주의 독재이다.

그런데 대통령으로서 이재명은 ‘연합, 협력 수준이 아닌 통합’을 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은, 그가 입으로 늘 주창하던 국민주권(주민자치)에 반하는 것이다. 그의 통합 담론에 여전히 한국 전통의 독재의 잔재가 얼쩡거리고 있음을 보게 된다.

5극3특 광역 경제구 추진에 즈음하여, 이재명은 지역 주민의 뜻을 작은 이득, 이기주의로 폄하 했다. 작은 이기주의 반대편에는 큰 이기주의가 있을 이다. 이곳에 공익이 존재 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공익이라는 것은 여러 사람이 이기주의를 조율하는 장치로서의 절차일 뿐, 이곳에 추상적인 공익이란 존재 하지 않는다. 고대 그리스 아리토텔레스와 플라톤에게서는, 정의(디케)는 추상적 이념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자기 ‘몫‘을 찾아 가는 것이다.

이재명의 가부장적 온정주의에 의한 권력 주도하의 통합 시도는, 권력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삽시간에, 그 권력이 독재의 도구로 변해버릴 위험이 따른다. 12.3 내란에서 목도했듯이, 독재권력의 재현을 막기 위해서는 권력에 관한 한 집중 아닌 분산이 불가피하다.

주민자치는 필히 시행착오를 초래할 수도 있으나, 독재 출현을 막는 확실한 방어 기제가 된다. 독재뿐 아니라 오늘 한국 국회, 그 공천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갖가지 부정부패 혐의를 교정해나가는 방편 또한 된다. 집중된 권력 기구의 부정부패보다는 주민자치의 시행착오가 훨씬 바람직하다. 적어도 후자는 고의에 의한 부정부패가 아닌 점에서 그러하다. 누구나 시행착오할 수 있고, 떠먹여주는 것만 받아먹는 행복한 돼지가 아니라, 불행해질 자유와 권리도 있다. 그 권리를 뺏을 특권은 이재명은 물론 그 누구에게도 없다. 적어도 민주, 국민주권의 국가에서는 그러하다. 주민은 온실 안의 화초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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