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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영의 금요칼럼]국회무용론(126) 수도권 1극체제는 맞대응의 다극체제가 아니라 극(極) 자체의 해소를 통해 극복해야

최자영 | 입력 : 2026/02/13 [22:37]

 

수도를 닮은 극 체제를 지역에도 만들자는 것은 민주 자치의 시계에 역행하는 것
지역적(수도), 기능적(기관)으로, 집중된 권력을 지역 및 지역의 기관에 분산해야
경제정책 추진 단위는 행정단위와 무관
유럽연합(EU)의 경제공동체는 ‘통합’이 아니라 독립 행정단위 간 연대와 협력에 기초

I. 윤석열 정부와 이재명 정부, 여야가 온통 합심하여 졸속 추진하는 전방위적 지역단체 통합

지방단체장 통합은 현 이재명 정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이전 윤석열 정부에서 시작했던 것이다. ‘부·울·경 메가시티’라는 명제로, 경남도지사 김경수가 처음 시작한 것은 통합이 아니라 연합이었다. 그런데 김경수의 뒤를 이은 박완수 지사가 연합 아닌 통합을 주창하고 나오면서, 이것은 파기되었다.

‘연합’과 ‘통합’의 차이는 간단하다. 연합은 부·울·경이 각기 자치권을 가지고 서로 연대한다는 뜻이고, 통합은 행정 결정의 조직을 일원화하여 명령계통을 통합하는 것이다. 박완수가 통합을 주창하면서, 이미 입법 단계를 지나 시행에 들어가려던 ‘부·울·경 메가시티’의 연합은 파국을 맞았다.

그후 대구시장 홍준표가 대구·경북 통합을 추진했으나 파기되었다. 그 주된 이유가 홍준표의 일방적인 졸속 추진 강요에 있었다. 경북도청이 있는 안동 지역 관계자들은, 통합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민의 의사를 수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자 홍준표가, 그럴 양이면 아예 통합 자체를 하지 않겠다고 어깃장을 놓으면서, 통합 추진 자체가 무산되었다고 한다.

이런 전례는 지금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광주·전남 통합의 졸속 추진 과정에서 재연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때보다 더 열악한 것은, 여기에 중앙정부 및 중앙정당까지 가세하여, 상의하달로, 지역민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에서 다수당인 민주당이 당론으로 광주·전남 통합 특별법안을 발안하고, 그다음 광주·전남 시·도의회의 추인을 얻었다고 하는 것은 민주 자치의 구호를 무색하게 하는 중앙정부 및 중앙정당의 폭거이다.

윤석열 정부하에서 홍준표가 밀어붙이던 짓거리를 지금 이재명 정부가 재연하고 있다. ‘막가파’식으로 지방단체장 통합을 밀어붙이는 것은 지방민의 의견 수렴의 기회조차 박탈했던 홍준표의 판박이이다. 지난달 민주당론으로 광주·전남 단체장 통합 특별법안을 발의했고, 이것을 일사천리로, “5일, 행안위 전체회의 상정, 9일, 입법공청회 개최, 10∼11일 사이, 법안소위 의결, 12일 행안위 전체회의 의결 순으로 일정을 잡았다고 한다.

중앙국회가 벌이는 졸속한 행보는 광주·전남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여야를 불문한다. 지난달(1.30일) 국힘당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을 발의했고, 사흘 뒤인 2.2일 민주당 의원 임미애가 추가 발의한 상태이며, 이것을 적어도 2월 말까지 처리할 작정이라고 한다.

II. 주민투표 없는 졸속한 통합은 통합파기의 잠재적 결정권마저 주민에게서 박탈하는 것

지역단체장 통합에 솔선하는 중앙정부가 광주·전남에 20조를 내려보낸다고 한다. 여기에 문제는 20조 내려보내는 것과 내려보낸 20조가 어디에 어떻게 쓰일 것인가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아마도 그 돈의 집행은 중앙에서 간여하거나, 광주·전남 통합단체장이 중심이 될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 지역자치는 물 건너가는 것이고, 통합단체장은 중앙권력의 하수인이 된다. 후자의 경우도 문제는 마찬가지이다. 통합이, 지역민 의사를 무시하고, 시·도단체장이 국회 다수당과 결탁하여 이루어진 것인 만큼, 돈의 집행에도 지역민의 의사가 반영될 기회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인적 구성도 그러하고 제도적 장치도 그러하다. 통합이 졸속으로 중앙권력과의 밀월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그 명백한 증거이다.

20조 원이 중앙에서 지방으로 내려와도, 그 이득이 지역민 말초 세포에까지 이르리라는 보장이 전혀 없는 것이다. 여기에 통합에서부터 돈의 집행에 이르기까지 지역민의 감시, 감독이 가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선 들 수 있는 것이 주민투표이다.

광주·전남 통합 특별법안 발의에서 지역민의 의사가 무시된 것은 치명적 하자이다. 지역민 투표 없는 통합은 관료주의적 결정 체제를 강화한다. 두 가지 점에서 그러하다. 하나는 20조 원의 지출 내용, 방향에 지역민이 전혀 의견을 낼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불평등 의사결정 구조는 지역 유지, 관료들의 유착하에 경제적 상승효과가 가져올 잠재적 부의 불평등한 분배를 담보한 것이다.

둘째, 통합이 부작용을 야기할 때, 지역민은 언제나 주민투표를 통해 통합을 파기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같이 시·도단체장과 중앙국회가 발의하여 통합이 이루어지는 경우, 그 통합의 파기권도 지역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 같은 견제장치의 부재는 애초에 통합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여차하면 파기할 수 있다는 잠재적 견제의 방도를 갖지 않은 지역민은, 좋든, 싫든, 언제나 수동적 존재로 무기력하게 남아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재명이 입에 담기 좋아하는 ‘국민(주민) 주권’이 아니다.

III. 행정통합은, 권력의 분산이 아니라 집중, 지역의 독립이 아니라 종속을 강화

단체장 통합을 추진하는 이재명 정부 정책 홍보 유튜브에 따르면, “2027년부터 기업은행 같은 공공기관을 지역으로 이전하여 지역산업의 자금줄을 통째로 키워 버리겠다”, “지금까지 통합의 혁신도시가 실패한 것은 기관만 옮기고 재정을 중앙에서 묶어놓고 집행했기 때문인데, 이번에는 재정자율권까지 옮기겠다”, “지역단체 통합은 단순한 혁신도시가 아니라 수도권에만 몰린 권력, 자본, 인재를 통째로 옮겨 거대한 행정 인수합병(통합)을 이루겠다고 한다. 이것은 무늬만 분산이 아니라 행정독립의 시작” 등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재명의 이 같은 발언은 크게 세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경제 단위와 행정단위를 혼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한 혁신도시가 아니라 “수도권에만 몰린 권력 자본 인재를 통째로 옮기는 것”이 “지역단체 통합(거대한 행정 인수합병)”을 통해 가능하다고 본 것이 그러하다. 그러나 양자는 필연적 연관을 가진 것이 전혀 아니다. 수도권에 몰린 권력, 자본, 인재를 각 지역으로 분산하는 것은 지역단체가 통합되든, 안 되든, 무관하게 할 수가 있다. 지역단체장 통합이 수도권의 1극체제를 부술 수 있는 전제가 되는 것이 전혀 아니다.

둘째, 기업은행(IBK) 같은 공공기관을 그 재정 집행권과 함께 지역으로 옮기면, 지역산업의 자금줄이 통째로 커진다고 한 것이다. 여기에 문제가 되는 것은 ‘통째’로 커지는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하는 점이다. 그 규모는, 기업은행뿐 아니라, 중앙에서 관리하는 지역교부금을 아예 지역으로 옮기면 더 커지게 된다. 지역 산업 자금줄을 키우고 싶으면, 기업은행 등 공공기관만 옮기자고 할 것이 아니다. 가까운 일본은 중앙정부가 아니라, 예산을 아예 지방정부에서 짜고, 중앙정부는 각 지역의 균형을 맞추는 등 보조적 역할만 맡는다.

셋째, 거대한 행정통합(인수합병: M&A)은, “무늬만 분산이 아니라, 진짜 행정독립의 시작”을 가져온다고 한 것이다. 여기서 이재명은 ‘분산’과 ‘독립’의 의미를 중앙과 지방정부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파악하고 있을 뿐, 지역 단위 자체에서는 권력의 분산도, 독립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무시하고 있다. 행정통합은 말 그대로 분산이 아니라 권력의 집중을 뜻한다. 권력 집중이 강화될수록, 그만큼 지역 시·도와 그 하부 지자체 간에는 종속관계가 증대하게 된다.

IV. 수도권에 맞설 다극체제 구상이 아니라 극(極) 자체를 없애야

지역단체장 통합의 의미 관련하여, “수도권에 맞설 남부권 메가시티(거대도시)라는 거대한 방어막을 구축하는 것”, “지방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국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구조개편”, “100년 갈 국가 구조의 초석을 까는 것”, “기본이 바로 서면 길은 열리게 돼 있다”, “진짜 행정독립의 시작” 등으로 청사진을 깔고 있다.

이 같은 청사진이 지역단체장 통합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뜻이겠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이다. 지역 살리기와 수도권 1극체제의 극복은 “수도권에 맞설 남부권 메가시티(거대도시)라는 거대한 방어막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 자체에 집중된 각종 재정, 행정의 기능을 지역으로 옮기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다.

수도권 1극체제의 타파 및 그 권력 분산은 지역의 수도권 같은 극(極: 중심) 체제를 전제로 해야 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 지역에 수도권과 같은 다극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불평등 체계를 지역단위로 양산하는 것이 된다. 지역단체의 통합은 권력의 집중을 뜻하고, 그것은 산하 하부조직의 종속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지방이 사는 길은 수도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켜, 지역 간 평등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것은 지역에 수도와 같은 다극체제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극 자체를 해소하는 것이다. 분산과 독립은 수도와 거대 지역 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각급 단위의 행정조직 간에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행정단위 통합은 그 같은 길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으로서, 궁극적으로 권력의 독재화에 밑거름을 까는 것이다.

지역 행정단위 통합은, 지역이나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 아니라 망치는 길,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구조개편이 아니라, 권력의 통합을 통해 독재로의 길을 까는 것이다. “100년 갈 국가 구조의 초석이나 기본을 까는 것”이되, 이는 독재 정부를 향해 깔고 세우는 것일 뿐, 민주와 자치를 향한 것이 아니다.

지역 살리기는 서울을 닮은 극(極) 체제와 행정단위 통합이 아니라, 각 지역 간 연대와 협력을 통해야 한다. 비민주적 권력 구조는 경제적 불평등을 가속화한다. 지역 살리기는, 경제적 부의 평등분배라는 점에서, 수도 살리기와 달리 가는 것이 아니다. 초광역 경제 단위 유럽연합(EU)은 각 국가 단위의 독립뿐 아니라, 국가 내부 행정단위 간의 협력과 연대에 입각한다. 그곳 경제연합체는 권력 단위의 통합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다.

통합은 당연히 “진짜 행정독립의 시작”이 아니라, “진짜 행정 종속의 시작”을 뜻한다. 시·도가 서로 통합하면, 시·도 산하의 기초지역단체는, 당연히 더 커진 권력에 대한 종속이 더 강화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더구나, 더 커진 시·도 통합단체장의 힘도 그 자체로서 독립하지 못하고 다시 중앙권력에 종속하게 된다. 그 반증이 이번 광주·전남 통합 법안 발의에서 중앙정당이 당론으로 우선 발의한 사실이다. 시·도 의회의 의견도 모으지 않은 상태에서 광주시장 강기정, 전남도지사 김영록은 중앙정당 민주당과 내통했다. 이 사실은 통합된 지역단체장이, 지역민의 봉사자가 아니라 중앙권력의 하수인이 될 것이라는 명백한 방증이다.

광주·전남의 전철을 밟아, 국힘당, 민주당이 야합하여, 해당 지역민을 무시하고, 대구·경북 통합 법안을 발의한 상태에 있다고 한다. 국힘당이 지난달 말(1.30일) 발의하고, 사흘 뒤(2.2일) 민주당 의원 임미애가 추가 발의하여, 이달(2월) 말까지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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